오늘은 썰매를 탈 수 있어요.
논바닥의 얼음이 꽁꽁 얼었거든요.
아빠가 만들어 준 내 썰매는 빠르고 멋져요.
앉아서 타도 서서 타도 씽씽 달리거든요.
그런데 어쩌죠? 썰매를 함께 탈 친구가 없어요.
아빠도 바빠서 함께 놀아줄 수 없고......
나는 누구랑 같이 썰매를 타야 할까요?
썰매놀이 할 친구 여기여기 붙어라!
>>줄거리
볼이 발간 아이 하나가 썰매를 타러 갑니다. 등 뒤로 일하느라 바쁜 어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도 그 중 한 명은 썰매를 만들어 준 아빠겠지요. 오리들이 모여 있는 저수지 옆, 드문드문 벼 그루터기가 남아 있는 논바닥에 얼음이 꽁꽁 얼었습니다. 아이는 발을 쾅쾅 몇 번 굴러보고 이내 썰매를 밀어 봅니다. 아빠가 만들어 준 썰매는 정말 멋집니다. 앉아도 타 보고, 서서도 타 보고, 씽씽 쌩쌩 달리다가 쿵!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그만 눈물이 찔끔 나옵니다. 엉덩이가 아픈 까닭만은 아닐 겁니다. 친구도 없고, 아빠도 바빠서 못 놀아 주고......
그때, 청설모 한 마리가 얼음판으로 쪼르르 달려옵니다. “......!” 아이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청설모가 한 마리, 두 마리 뒤를 이어 달려오고, 아이는 청설모들에게 말을 겁니다. “내가 태워 줄까?” 아이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썰매놀이를 시작합니다. 달리고 넘어지고, 웃고. 그때마다 친구는 점점 늘어납니다. 아기사슴이 깡충 뛰어오고, 반달곰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그렇게 넘어지고 뒹굴며 놀고 있을 때, 커다란 오리들이 뒤뚱뒤뚱 걸어옵니다. “너희도 태워 줄까?” 아이의 말에 오리들이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 아니, 우리는 썰매를 끌고 싶어.” “그으래? 그럼 이번엔 나도 탈래!” 아이는 얼른 썰매에 올라탑니다. 청설모랑 아기사슴, 반달곰이 함께 썰매를 타고 오리들이 썰매를 끌어 줍니다.
푸드덕푸드덕 오리들의 날갯짓에 썰매는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와아! 난다, 날아!” 저수지의 오리들도 함께 날아오릅니다. 저수지 상공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신나는 비행이 펼쳐지고 하늘에선 때마침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텅 빈 얼음판에서 즐기는 한바탕 신나는 썰매놀이, 추위도 외로움도 거뜬히 이겨내는 그 즐거움을 불러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아이다운 상상, 천진한 마음이었습니다. 상상으로 친구들을 불러내고, 상상으로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즐거운 상상보다 더 즐거운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빠의 목소리. “아빠가 한번 태워 줄까?” 바쁜 일을 마치고, 혼자 노는 아이를 위해 달려온 아빠의 목소리에 아이는 상상의 하늘에서 내려와 현실의 썰매에 올라탑니다. 상상의 즐거움을 여운으로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