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야 자라면서 형제자매와 자연스레 관계 맺는 연습을 했지만, 엄마 아빠의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을 받으며 혼자 자라는 오늘날 아이들은 아무래도 타인과 관계 맺기에 서툴다. 새 친구를 만나면 반가움이 앞서는 것도 잠시,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고민되기 일쑤이다. 아이들은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서 친구에 대한 호감을 짓궂은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거친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친구 주위만 뱅뱅 돌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러니 이름도 모르는 낯선 존재를 나만의 특별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어릴 적부터 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고 더불어 살아갈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의 어린이책 작가 나딘 브룅코슴은 이러한 관계 맺기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큰 늑대와 작은 늑대>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줄거리
어느 날, 나무 아래 혼자 사는 큰 늑대에게 작은 늑대가 다가온다. 큰 늑대는 작은 늑대가 자기보다 클까 봐, 자기보다 나무를 더 잘 탈까 봐 걱정을 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알고 마음을 놓는다. 두 늑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곁눈질만 할 뿐. 큰 늑대는 바르르 떠는 작은 늑대에게 나뭇잎 이불을 조금 나눠 주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없다.
큰 늑대는 작은 늑대를 두고 혼자 산책을 하러 간다. 하지만 큰 늑대가 돌아왔을 때 나무 아래에는 아무도 없다. 큰 늑대는 나무를 타는 것도, 아침을 먹는 것도 더 이상 즐겁지 않다. 큰 늑대는 기다린다. 마음속엔 작지만 크나큰 것이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흘러 작은 늑대가 다시 돌아왔을 때, 큰 늑대는 말한다. 네가 없으면 쓸쓸하다고. 작은 늑대는 그제야 큰 늑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서 보세요.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반겨 줄 거예요!
큰 늑대와 작은 늑대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기까지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또래와 소통하는 데 서툰 우리 아이들을 위한 책!
서로에게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기까지
큰 늑대와 작은 늑대의 관계 맺기는, 언덕 위 나무 아래 혼자 살던 큰 늑대에게 작은 늑대가 다가오면서 시작된다. 혼자서만 지내던 큰 늑대는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새로 만난 친구가 나보다 공부를 잘하지 않을지, 나보다 더 운동을 잘하지 않을지 경계하는 우리 아이들처럼, 큰 늑대는 작은 늑대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는다.
관계 맺기에 서툴기는 작은 늑대도 마찬가지다. 큰 늑대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멀리서부터 찾아왔으면서도 ‘친구가 되고 싶어.’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단지 큰 늑대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며 그 옆을 지킬 뿐.
큰 늑대는 작은 늑대가 떠난 뒤에야 작은 늑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희미하지만 커다란 무언가가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음을 느낀다. 큰 늑대는 작은 늑대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자기보다 ‘작다’는 것에 안심하고 경계를 조금만 풀었던 반면, 다시 만났을 때는 작은 늑대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어디 갔었니?”라는 말에 마음을 담아 처음으로 타인과 소통을 시도한다.
생 텍쥐페리의《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와 여우가 ‘길들임’을 통해 서로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듯, 큰 늑대와 작은 늑대는 짧지만 마음을 담은 대화를 시작으로 ‘언제까지나 함께하는’ 친구가 되어 간다.
큰 늑대의 마음 변화를 충실히 보여 주는 글과 그림
이 작품에는 낯선 존재를 마음을 나누는 친구로 맞아들이기까지 큰 늑대의 마음 변화가 뛰어나게 묘사되어 있다. 작은 늑대가 자기 영역을 침범할까 봐 경계했던 첫 만남부터, “네가 없으니까 쓸쓸해.”라고 고백하며 마음을 드러내는 그 순간까지. 특히 떠나간 작은 늑대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다리고 있는 큰 늑대가, 지난날을 아쉬워하며 작은 늑대가 돌아오면 열매도, 나뭇잎 이불도 더 많이 나눌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에는, 나뭇잎 떨어지고 눈보라 치는 쓸쓸한 배경 그림이 함께해 큰 늑대의 간절함을 더한다. 이렇듯 작가는 큰 늑대가 성장하는 과정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 변화로 표현했다.
작가는 작은 늑대가 언덕 아래 먼 곳에서 천천히 다가왔듯이, 작은 늑대의 존재감이 서서히 커지는 과정을 서정적이고 감상적으로 풀어냈다. 그림 또한 널따랗게 펼쳐진 목가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두 늑대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책장을 넘기며 큰 늑대의 심리 변화와 성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1970년 프랑스 브레타뉴에서 태어났다. 뒤페레응용예술학교에서 공부한 뒤 광고 회사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고, 지금은 신문, 잡지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유명 그림책 작가로,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 《난 유행에 뒤졌어!》, 《움직이지 마, 선물아》, 《미안 미안, 림보야》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