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건강하기를 빌며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하는 곳, 이곳이 바로 부엌입니다. 우리는 부엌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식구들과 나누어 먹습니다. 식구란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니까요. 물론 우리가 나누는 것은 음식만이 아닙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지면서 부엌의 모습은 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부뚜막에 정화수를 놓고 조왕신께 비는 모습도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지요. 그러나 부엌에 담긴 마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부엌 할머니》는 우리 부엌과, 부엌에 담긴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입니다.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기운처럼 따뜻한 가족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가족사의 산 증인인 부엌 할머니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봄이 할머니네 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갓 시집 온 어설픈 새색시가 손끝 여문 안주인이 되고 또 인자한 할머니가 되기까지 부엌을 무대로 알콩달콩 정겨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가끔은 연기가 매워 눈물도 흘리고, 실수를 해서 야단을 맞기도 하고요. 그뿐이 아닙니다. 부엌에서 물을 데워 몸을 씻기도 하고, 부엌 바닥에서 글씨 공부도 했다는군요. 가마솥과 아궁이와 부뚜막, 살강 등 옛 부엌 살림살이의 이모저모와 조왕 단지 모시기, 복토 훔치기 등 부엌에 얽힌 흥미로운 풍속도 엿볼 수 있습니다.
줄거리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 부엌에서 중얼중얼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부엌 할머니 목소리입니다. 부엌 할머니는 부엌에 살면서 불을 다스리고 식구들을 돌보는 조왕신이랍니다. 부엌 할머니는 텅 빈 썰렁한 부엌에 혼자 앉아서 얼마 전 꽃상여를 타고 떠난 집주인, 봄이 할머니를 회상하고 있습니다.
서툰 솜씨로 밥 짓고 국 끓이느라 정신 못 차리던 모습이며 밥을 태우고 불씨를 꺼뜨려 시어머니께 혼나던 봄이 할머니의 새색시 시절도, 어느새 아이 엄마가 되고, 의젓한 안주인이 되어 능숙하게 음식을 하고 거뜬하게 잔치도 치러내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부엌 할머니에게 잔치를 열어 줘서 한바탕 잘 먹고 잘 놀았던 것도, 장성하여 집 떠난 자식들을 보살펴 달라고 봄이 할머니가 빌고 또 빌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수줍던 새색시가 집안의 안주인으로, 어머니로, 할머니로 변해가더니 이제는 영영 떠나고 말았습니다. 북적거리던 부엌에는 손때 묻은 세간 몇 가지만 남았고요.
홀로 남은 부엌 할머니는 고민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