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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의 그림책 korea.jpg
  • 그림작가 오승민
  • 글작가 배봉기
  • 출판사 보림
  • 페이지
    40 쪽
  • 발행일
    2008-02-11

책 내용

대도시의 변두리 동네, 반 지하층 빈 집에 일곱 살 명희가 혼자 있습니다. 아빠는 밤이 이슥해야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올 테고 엄마는 돈을 벌어 오겠다며 집을 나간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에서 명희는 엄마 스웨터를 끌어안고, 작년 생일날 엄마가 사준 그림책을 보며 두려움과 외로움을 달랩니다.
그림책 표지에는 커다란 흰곰이 그려져 있습니다. 책을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명희는 이제 내용을 다 외웁니다. 어느 날 커다란 흰곰이 주인공 여자아이 방으로 놀러와 재미있게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명희는 그림책 속 아이가 부럽습니다. 아이를 사랑해주는 엄마 아빠, 아이를 찾아와서 실컷 놀아주는 힘세고 다정한 친구 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을 펴 놓고 한참을 보던 명희 앞에 갑자기 곰이 나타납니다. 너무나 반가운 까닭에 명희는 놀랄 사이도 없습니다. 곰이 명희에게 무얼 하고 싶으냐고 다정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명희는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요.
명희는 곰과 함께 길을 나섭니다. 커다란 곰의 등에 올라탄 명희를 사람들이 놀란 듯, 부러운 듯 쳐다봅니다. 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드디어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를 찾았습니다. 놀란 엄마는 명희를 안아주고 명희는 엄마 품에서 눈물을 쏟습니다. 명희가 엄마에게 말합니다. 힘세고 다정한 곰이 있으니 걱정 말고 집에 가자고요. 다음은 아빠를 찾으러 갈 차례입니다. 마침내 명희가 엄마 아빠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때마침 하늘에서는 곰의 새하얀 털처럼 흰 눈이 내리는데…….
대도시의 변두리 동네, 반 지하층의 빈 집에서는 일곱 살 명희가 그림책에 얼굴을 묻고 혼자 잠들어 있습니다. 작게 꼬부리고 잠든 모습이 마치 기도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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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보도자료

읽고 또 읽어 이제는 다 외워 버린 그림책을 펴들고 두려움과 외로움을 잊으려 애쓰는, 일곱 살 명희
_가족과 공동체의 해체,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곳에 방치되어 생존과 안전을 위협받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꿈꾸는 것은……

술만 마시는 무기력한 아빠, 견디다 못해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간 엄마. 아직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 일곱 살 명희가 어두컴컴한 빈 집에 혼자 있습니다. 명희가 끼니를 어떻게 잇는지, 옷은 언제 갈아입었는지, 세수는 언제 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어린 명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엄마 냄새가 희미하게 남은 스웨터를 끌어안고, 읽고 또 읽어 이제는 다 외워 버린 그림책을 들여다보며 두려움과 외로움을 잊으려고 애쓰는 일뿐입니다.
그림책 속에는 명희가 꿈꾸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따뜻하고 안락한 집,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아이를 찾아와서 아이와 실컷 놀아주는 덩치 크고 순한 친구, 곰도 있습니다. 그림책 속 아이는 외롭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습니다.
작고 힘없는 명희는 꿈을 꿉니다. 힘세고 다정한 곰이 명희에게도 찾아왔으면, 엄마를 찾아 주었으면, 아빠를 혼내 주었으면, 예전처럼 가족이 다시 모여 살았으면. 명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꿈꾸는 것뿐이고, 명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간절한 소망뿐입니다. 가족의 복원을 바라는 아이의 간절한 꿈은 그러나 견고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하기만 합니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그어 불러낸 꿈이 그랬던 것처럼요.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_대한민국 어린이헌장 1조
_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월수입 100만 원 이하 18만 가구, 생활고로 끼니를 굶어 본 초등학생 3만 5천 명, 낮 시간에 돌봐 주는 어른 없이 혼자 지내는 초등학생 14만 명, 그리고 우리가 사는 바로 이 곳, 수많은 명희들의 이야기

눈부신 것들로 덮여 가는 세상 위, 사회적 약자들의 설 곳은 더욱 좁아져 갑니다. 그리고 어린이의 자리는 빠르게 사라져갑니다. 어린이는 참으로 잊히기 쉬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아동복지법, 어린이헌장. 이 모두가 어린이에게는 보호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러나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들, 생존과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배려와 사랑을 갈망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 보면 공허할 뿐입니다.

작가는 어두운 집에 혼자 놓인 아이, 명희의 깊은 슬픔과 감추어진 욕망 속으로 독자를 이끌어 갑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절박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만의 언어를 민감하게 읽어 냅니다. 아이의 마음 속 비밀스러운 바람은 때로는 당돌하고, 때로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애잔합니다. 명희가 느끼는 외로움과, 그 간절함이 틔워낸 자기치유의 판타지를 완전한 하나의 세계로 빚어낸 작가의 진심이 감동을 넘어선 메시지를 전합니다. 책장을 찬찬히 넘기며 명희가 보내는 하루를 지켜봅시다. 먼 나라, 다른 동네, 신문이나 TV 속 세상이 아닌, 우리가 사는 바로 이 곳 어디에나 있는 아이 명희가 하는 얘기를 들어 볼 때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소개

1974년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났습니다. 세종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고,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2004년『꼭꼭 숨어라』로 ‘한국 안데르센 그림자상’ 공모전에서 출판미술부문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과 옛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여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합니다.『엄마 옆에 꼬옥 붙어 잤어요』, 『바람 속으로 떠난 여행』, 『리프카의 편지』, 『못생긴 아기 오리』, 『사진관 옆 이발관』, 『벽이』『진순이 엄마』, 『들소의 꿈』등의 작품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