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 음식을 놋그릇에 담아 먹었어요. 부엌 살림살이뿐 아니라 향로, 촛대, 대야, 꽹과리, 징도 놋쇠로 만들었지요. 특히 경기도 안성의 놋그릇이 아주 단단하고 섬세해서 유명했는데, 한번 써 본 사람들은 모두 감탄했어요. “바로 이거야. 안성에서 맞춘 것은 참으로 틀림이 없구나!” 이 소문은 점점 온 나라에 퍼졌어요. 이 말이 차츰 줄어서 ‘안성맞춤’이 되었고, ‘안성맞춤’은 안성에서 맞춘 놋그릇처럼 잘 만든 물건이나 잘 들어맞는 일을 일컫는 말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놋그릇을 요즘은 주변에서 거의 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재료를 섞고, 뜨거운 쇳물을 끓이고, 한참을 다듬는 유기장이, 놋그릇을 만들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하는 유기장이까지도 점점 잊혀지고 있지요. 이 책은 이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하지만 애써 지켰으면 하는 유기장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 소녀가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시골에 갔다가 우연히 헛간에서 향로를 발견하고, 향로에서 나온 향 연기와 함께 옛 장터에 가서 향로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통해 쉽고도 친근하게 우리 전통 그릇인 놋그릇(유기)에 대해 알려 줍니다.
줄거리
나는 할아버지 제사 전날, 엄마와 함께 시골 할머니 댁에 갔어요. 그런데 헛간에서 우연히 꾸러미 속의 녹슨 향로를 발견합니다. 그러다가 슬슬 졸음이 몰려와 잠이 들고, 호통치는 향로 때문에 잠이 깹니다. 그때 향 연기가 내 몸을 감싸며 옛 장터로 나를 데리고 갔어요. 그곳은 안성 오일장이었고, 두루마리를 펼치며 향로를 만들어 달라는 흰 수염 할아버지를 보게 되지요. 그날부터 유기장이는 향로 만드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하고, 오랜 시간 뒤에 결국 번쩍거리는 금빛 향로를 완성합니다. 흰 수염 할아버지는 향로를 제사상 앞에 놓으며 “대대로 귀하게 쓰도록 하라.”고 말한 뒤, 첫 향을 피웁니다.
연기가 걷히자, 나는 다시 헛간에 돌아와 있었고,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나는 자랑스럽게 엄마와 할머니에게 향로를 보여 줍니다. 향로를 받아 든 할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 시리즈 소개
오랜 세월 온 마음을 다해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꾼’과‘장이’라 부릅니다.“꾼?장이”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우리 문화의 원동력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부와 명예를 떠나 자신의 일에 평생을 바친 꾼과 장이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물질문명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가 배워야 할 삶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기와를 올리던 기와장이의 정신은 오늘날 초고층 빌딩을 만드는 힘이 되었고, 궁장의 피와 땀은 양궁 신화를 만들어 내고, 신나는 놀이판에서 흥을 돋우던 놀이꾼의 신명은 오늘의 한류를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꾼?장이”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꿈과 노력을 담아가는 방법과 옛 사람들의 소중한 장인 정신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