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는 이야기를 들을 줄만 알았지 남에게 해줄 줄은 몰랐답니다. 들으면 듣는 대로 종이에 적어 커다란 주머니에 차곡차곡 넣고는, 꽁꽁 묶어서 자기 방 벽장에 넣어 둘 뿐이었지요. 세월이 흘러 어느덧 어른이 된 아이가 장가를 가는 날, 갇혀 있던 이야기들은 신랑에게 앙갚음하기로 결심합니다. 마침 신랑 방에 군불을 때던 머슴은 이 이야기를 엿듣고 변신한 이야기들을 따돌리고 무사히 신랑을 구합니다. 신랑은 모든 사실을 알고 머슴에게 상을 주고 꽁꽁 묶인 주머니 끈을 풀어 갇혀 있던 이야기들을 온 세상으로 날아가게 해 줍니다.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즉 메타 이야기로 이야기라는 것의 본질과 생명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는 민담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야기란 남에게 들은 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공간적으로 옮겨 다니고 시간적으로 이어지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이 책 속에서 서당에서 글자 교육을 받듯이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에만 열중했던 신랑이 저도모르는 사이에 이야기의 생명을 위협할 때, 글자를 모르는 머슴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곧 세상 사람과 더불어 살고 일하고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듣는 민중의 삶이 더 건강한 삶임을 보여 줍니다. 한국화의 색깔 속에 맛깔스러운 유머를 버무리는 화가 이억배의 그림이 능청스러운 이야기와 어우러져 더욱 흥겹습니다.
이 책은 옛이야기의 참맛을 옹글게 전하는 ‘까치호랑이’열아홉 번째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