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왁자지껄하다가 아무 소리 없다가 다시 까르르 웃음소리로 번지는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귀에 입에 눈에 익숙한 이 노래와 가사, 풍경을 가만 바라보니, 아하, 좀 낯선 대목을 마주친다. 그대로 멈춘다니. 우리가 멈춰본 적이 있던가? 수천수만 년 가쁘게 달려오기만 했던 이 문명의 속도를 낮추고 낮추고 더 낮춰, 아예 ‘속도 없음’ 멈춘다,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엄청 낯섦’이다. 우리 인류는 물론이고 우리를 둘러싼(혹은 우리가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의 멈춤, 우리 행성지구를 갉아대던 그 모든 ‘행위’를 일년 하루라도 ‘그대로 멈춰 보자’는 상상력에서 시작된 그림책이다. 작은 아이의 외침, “잠깐 멈춰요!” 하는 외침이, 지구 위 속도에 익숙해진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 좌충우돌에 함께하자. 올해부터는 11월 1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모두가 기억하고 잠깐 몸을, 마음을, 생각까지를 멈춤모드로.
[작가의 말]
“내가 보이면, 울어라.”
엘베강 깊이 돌에 새겨진 글입니다. 영원히 보이면 안 되는, 가뭄과 기근과 재앙을 예고하는 무서운 글이죠. 또한, 희망의 글이기도 합니다. 누가 지옥문 앞에서 이렇게 멋진 글을 남긴단 말입니까? 인간이니까 가능합니다. 어떤 시보다 매력적인 시입니다. 반대로 인간이니까 불가능하다는 절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다소 미적지끈한 말로 절망적인 파국을 애써 외면합니다. 지금 이 상태로 계속 진행되면 지구야 몸살감기 정도로 기침 한두 번 하고, 수억 년을 지나갈 사소한 일일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지구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인간은 이미 문제점을 알고 있고 해결방법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룹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아무것도 하지 말자’가 이 책의 내용입니다. 지구를 열받게 만드는 모든 인간의 행위를 멈추자는 것입니다. 진짜 그런 날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눈물이 흐르기 전에 말이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우리 모두 같이 만들어요.
가끔 영화감독. <세상밖으로> <미인> <영화의 시작> 등 연출. 가끔 배우로 출연하기도 함. 모든 작품을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만 이는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글을 해석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자신의 글만 영화로 만드는 것임. 지금도 멍하게 앉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