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독창적인 세계
그림책 거장 초 신타가 선사하는
자아를 찾아 떠난 의자의 능청스럽고 엉뚱한 모험
“예전부터 의자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살아 있다는 건』의 저자,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추천사 中
어딘가에 앉아 보고 싶은 의자의 모험을 그린 독창적인 그림책 『나는 의자입니다』가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늘 누군가를 앉혀야 하는 의자는 어느 날 집을 나선다. 나무 옆과 물 위, 심지어는 물고기 위에도 앉아 보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자 아주 높은 산을 발견하고 산꼭대기에 올라가게 앉게 되는데…. 과연 의자는 무사히 모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난센스의 제왕’이라 불리며 일본 그림책상 대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등 수많은 상을 받은 일본 그림책의 거장 초 신타 특유의 유머와 과감한 색채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또한, 의자가 발상을 뒤바꿔 어딘가에 앉아 보려고 하는 시도는 자아를 탐색하는 여정을 은유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의자를 보며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철학적인 지점도 있어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
도망가자, 도망가자! 의자의 좌충우돌 놀라운 모험
어딘가에 앉기 위해 떠난 의자의 모험은 높다란 산에 올라가며 반전된다. 산이 폭발하고, 바위가 녹아 흘러내리고, 흐물흐물해진 뜨거운 바위가 의자를 쫓아오게 된 것이다. 이상한 모양의 바위는 흐물흐물 인간이 되어 더욱 빠르게 의자를 따라간다. 노란색 작은 의자와 대조되는 커다랗고 빨간 흐물흐물 인간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추격전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이 추격전은 비교적 길게 연출되는데, 반복적이고 운율감 넘치는 의자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생동감을 그려낸다. 재치 있는 반전과 엉뚱한 상상력이 묻어 나오는 결말은 책을 덮은 후에도 다시금 의자의 모험을 상상하게 한다. 또한 남을 앉히는 사물인 의자가 생각을 전환하여 어딘가에 앉기 위해 떠난 모험은 그 자체로 철학적인 물음을 주어 사유의 확장을 돕는다.
강렬한 원색의 일러스트와 유머러스한 반전이 돋보이는 그림책
균형미 있는 타이포그래피의 표지 제목은 의자가 아저씨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일러스트와 어우러진다. 왜 의자는 거기 앉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넘기면, 의자는 아저씨를 제 몸 위에 앉힌 상반되는 모습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자가 모험을 떠나며 보이는 배경은 단순하면서도 장마다 색감의 반전을 주어 특이하게 연출된다. 같은 산도 어떤 장에선 빨간색으로, 또 다른 장에선 노란색으로 그려지기도 하며, 지나치는 나무 또한 푸르렀다가 새빨개진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익숙한 사물을 새로운 시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란 의자와 의자를 쫓는 빨간 흐물흐물 인간의 추격전 역시 강렬한 원색으로 대비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그림책 작가뿐 아니라 만화가로도 활동한 초 신타는 4컷 만화 형태를 부분적으로 활용하여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형식의 재미를 더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의자의 모험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오른쪽으로 묶은 제본 방식 또한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초 신타 (Shinta Cho)
192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2005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매우 독특한 발상으로 어린이들이 흠뻑 빠져들 만한 그림책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1959년 그림책『임금님과 수다쟁이 달걀 부침』으로 문예춘추 만화상을 받았습니다. 고단샤 출판 문화상 등 일본의 권위 있는 여러 상을 받았고,『나의 크레용』으로 일본 후생성 아동복지문화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작품으로『둥!』『왜 방귀가 나올까?』『봄이에요, 부엉이 할머니』『양배추군』『코끼리 알 부침』『바늘 부부, 모험을 떠나다』『로쿠베, 조금만 기다려』『훈이와 고양이』『사람놀이』등의 그림책과 동화책『이상한 동물의 일기』『느긋한 돼지와 잔소리꾼 토끼』가 있습니다.
본명은 스트키 슈지, 1927년 동경에서 태어났다. 1948년 마이니치신문에서 주최하는 만화콩쿠르에서 <롱스커트>로 입선을 한 계기로 마이니치신문 동경본사에 들어갔다. 1955년에 프리랜서로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 에세이 등의 분야에서 황동하기 시작했다. 국내외적으로 그림책 작가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그의 마음에는 항상 만화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필명인 초 신타라는 이름은 1949년 데뷔할 때 마이니치신문사의 편집부에서 지어준 것으로 그의 콩쿠르 작품이었던 <롱스커트>에서 "길다"라는 의미의 "長", 신인이라는 의미에서 "新", 그림으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크다"라는 의미의 "太"를 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름 덕분이었을까? 그는 만화, 그림책, 삽화 분야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1959년 <임금님과 수다쟁이 달걀부침> 으로 제 5회 문예춘추만화상을 받은 그는, 똑같은 작품으로 1974년 국제안데르센상 우주작품상을 수상했다. 그외 국내외 상을 휩쓸어 "그림책의 신"이라고까지 칭송받았다. 그의 작품에 대한 평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나, "기상천외", "예측불허", "독특한 유머", "부조리" 등 그의 작품에 대한 수식어를 보면 "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넌센스"가 작품 전체에 일관되게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삶에 대해 간결하고 순수한 시선을 지니고 있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양배추 소년> 등은 그의 뛰어난 작가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2005년 6월 25일 중인두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작품은 계속 출간되었다. 그는 암센타를 다니며 치료를 받는 중에도 끝까지 그림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을 다녀와서도 그 날 있었던 일을 그림으로 남겼고,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이 그림들이 출간되었던 것이다. 그의 영향을 받은 작가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많다. 이렇게 그의 영향력은 사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