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즐거운 마음의 소중함과 가족의 사랑
니카는 흰빛 잿빛 검은빛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살고 있다. 눈과 언덕, 들판은 모두 흰 옷을 입고, 하늘과 오두막집은 온통 잿빛을 띠며, 전나무와 어둠의 그림자는 검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마을. 엄마 아빠와 집에 있을 때는 행복하기 그지없지만, 집을 나서면 어둑어둑하고 침침한 마을이 무섭기만 하다. 그렇게 니카의 마음은 마을의 모습처럼 점점 어둡고, 불안해진다.
부모님은 이런 니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낮인데도 왜 이렇게 흐리고 뿌옇죠? 왜 이렇게 밤이 길고 캄캄해요?”라고 슬프게 묻는 니카에게 딱히 어떤 대답도 해줄 수가 없다. 마을을 휘감은 어두운 기운은 이미 사람들 사이로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은 니카를 위해 맛있는 케이크를 굽고, 목각 인형도 깎아 주지만 니카는 늘 우울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던 니카는 집을 보고 깜짝 놀란다. 집 위에서 둥글고 환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니카를 위해 집을 밝고 환한 색깔로 칠하기 시작한 부모님. 니카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마을 사람들도 하나씩 다가와 니카네 집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다음 날, 마을에 있는 집들은 하나 둘씩 새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이제 마을은 나풀거리는 나비로, 화려한 바부슈카 단지로, 무지갯빛 꽃다발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니카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에 잃어버렸던 가장 소중한 것, 바로 밝고 즐거운 마음을 되찾게 된다.
이렇듯《흰빛 잿빛 검은빛》은 어린 소녀 니카가 기쁨과 즐거움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행복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밝고 환한 색으로 칠하는 모습은 긍정적인 생각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니카의 바람을 이루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의 모습에서는 가족 간의 사랑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컬러로 묘사된 생동감 넘치는 그림
《흰빛 잿빛 검은빛》의 그림을 그린 자우는 인물의 실루엣이나 풍경을 묘사하는 검은색 선과 특유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컬러로 어린이를 위한 많은 작품을 펴냈다. 특히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파스텔 하나만으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는 어둑어둑한 마을의 풍경부터 화사한 봄옷을 입은 마을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놀라운 솜씨를 보여 준다. 또한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 되는 인물 묘사와 멀리서 바라 본 풍경 묘사 등 다양한 구도에 따라 펼쳐지는 여러 그림들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물과 배경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해 준다. 흰빛 잿빛 검은빛으로만 둘러싸인 무채색 마을과 주황색 톤으로 묘사된 따뜻하고 화목한 집안, 밝고 선명한 색채의 페인트가 칠해진 알록달록한 마을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색감 또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