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일본 도쿄에 있는 조선 청년사는 <조선 명작 그림책> 가운데 하나로 《청개구리》를 펴냈습니다. 남의 땅 일본에서 차별을 견디며 꿋꿋이 살아온 재일 조선인들에게는, 엄마를 잃고도 그 슬픔을 딛고 꿋꿋하게 커 가는 청개구리 이야기가 남다르게 다가왔는지도 모릅니다.
청개구리는 강둑 아래 바람이 속삭이는 푸른 갈대숲에서 엄마랑 같이 삽니다. 엄마 걱정에도 아랑곳 않고, 장난 좋아하고 말썽 많은 청개구리랍니다. 구김 없고 개구진 모습이 우리 아이들과 꼭 닮아서 밉지 않지요. 아이를 윽박지르지도 나무라지도 않는 "청개구리"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청개구리 이야기지만 글과 그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매번 엄마 말을 안 듣고 반대로만 행동하다가 엄마의 유언이나마 제대로 지키겠다고 강가에 묻어 드렸다가 후회하는 개구리. 늘 엄마의 말씀에 반대로만 행동했기에 또 그러려니 생각하시고 반대로 유언을 남기신 엄마. 하여 비 오는 날이면 속상해서, 때늦은 후회로 개골개골 늘 울어 대고 있는 거라는 개구리 이야기를 구수한 입말체에 담았습니다. 옛 이야기의 묘미를 살리 듯 세로쓰기로 글이 들어앉아 있고, 책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겨보게 되어 있습니다.
그림을 들여다볼까요? 장난꾸러기에다가 말썽꾸러기인 개구리의 모습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친구들 연줄을 끊고는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고, 엄마 손에 이끌려 친구 엄마들께 사과하러 가서는 엄마 뒤에서 그림책을 읽을 어린이들을 향해 메롱 하고 혀도 내밀고 장난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죽음 장면은 흑백으로 처리하여 깊은 슬픔이 묻어 나게 합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려 강물에 떠내려갈 엄마의 무덤을 걱정하며 뒤늦은 후회를 하는 개구리의 모습은 “엄마 말 안 듣더니 고거, 쌤통이다.”라고 되뇌었을 순간들마저 후회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림책 《청개구리》는 시적인 언어로 빚어 낸 아름다운 문장과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만나, 철부지 아이 청개구리의 마음을 포근하게 보듬어 안습니다. 아이 키우는 어른 처지에서 말썽쟁이 청개구리를 나무라는 시선이 아니라서, 어른들이 뭐라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강한 그 또래 아이들 마음이 잘 살아 있어서, 참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